국현 예비후보를 대표하는 정책은 흔히 '일자리 창출' 과 '반의 반값 아파트 보급'에 관한 이야기가 주류를 이룹니다. 사실 이 두가지 정책이 많은 보통 사람들의 관심을 자극하는 것은 분명 사실입니다만... 자세히 살펴보면 이 두 정책은 사람들의 흥미를 유발하긴 하고, 한국의 가장 중요한 표면적인 현안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이긴 하지만 (솔직히) 완전 새로운 정책이라고 보긴 힘듭니다. 그래서 이 두 주제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으로 미루고, 문국현 후보의 정책을 살펴보는 첫번째 글에서는 '반부패'와 관련된 이야기로 시작해볼까 합니다.


너무나 일상적인 부패라서...
국제투명성기구(Transparency International)의 가장 최근에 발표된 국가별 부패인식지수(CPI : Corruption Perceptions Index / 2007년 조사)에서 한국은 조사국가 180개국중에 43위를 기록했습니다. 이 수치는 10점이 만점이 가장 투명한 상태를 의미하며, 국가의 공공부문에 관한 부패한 정도를 파악하는데 중요한 지표로 사용되곤 합니다. 여기서 한국이 받은 점수는 5.1점인데요. 이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에 포함된 30개국 평균 7.18점에 비해서 한참 낮은 수치입니다. (정확히는 평균 점수를 낮추고 있는 한국인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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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도 나름의 노력을 하고 있지만 부패인식지수는 제자리 맴도는 수준. 10점은 가장 깨끗한 정도를 의미하며, 덴마크/핀란드/뉴질랜드는 9.4로 공동 1위임.

  
부패와 관련된 또 다른 지표는 세계부패척도(GCB)라고 불리는 지표입니다. 부패인식지수(CPI)가 공공부문에 관한 국가별 비교를 위한 지수라면, GCB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부패를 경험한 정도를 파악하는데 도움이 되는 지수입니다. 2003년 조사를 시작한 이 지표는 "정당, 의회, 기업, 경찰, 사법, 언론, 조세, 의료, 교육, 국방, 공공서비스, 등록인허가, NGO, 종교단체" 부분으로 나눠서 진행되는데요. 2004년 "의회" 분야가 가장 부패했다고 조사된 것을 제외하면, 2003년-2006년까지 "정당"이 1위를 차지했습니다. 가장 최근 조사인 2006년의 정당에 관한 세계부패척도는 4.3점인데요. 1-5점으로 점수가 구분되며, 5점이 가장 부패한 것을 의미합니다.

사실 정치권에서 비리, 부패와 관련된 단어를 너무 자주 접하게 되서 국민 전체의 부패와 비리에 대한 민감도가 떨어져보이기까지 하는게 현실입니다. 과연 부패/비리는 정치/경제의 현실속에서 어쩔 수 없는 저질러지는 잘못일까요?


어느 정도 굵직한 국가주도의 사업에는 늘쌍 비리에 대한 이야기가 언젠가는 흘러나오는 일상이 되어버렸습니다. 한나라당과 통합신당의 경선에서 흘러나왔던 '예비후보들의 비리 공방'은 우리나라 정치의 현주소에 대한 슬픈 자화상이기도 합니다. '그 나물에 그 밥이다'라고 밖에 할 수 없는 현실속에서, '어느정도 부패는 어쩔 수 없다'라는 부패에 대한 인식은 많은 비리와 의혹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후보의 지지율을 50% 전후반으로 유지시키고 있는 원인이기도 한데요.


부패가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문국현 예비후보는 정책과 관련된 이야기를 할 때면 대부분 '한국사회의 부패'에 관한 이야기를 꺼내듭니다. 가장 존경받는 경영학자였던 피터드러커도

한국의 가장 큰 문제점은 세계와의 고립이다 그리고 두 번째는 부패다

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문국현 예비후보는 한국의 경제 규모에서는 '400억 달러'이상의 외국인 투자가 들어오는게 정상인데, 만연한 부패로 인하여 36억 달러 정도의 직접 투자에 그쳤다고 지적하고, 재벌, 정치인, 행정기관이 결합된 부패가 국가신용도를 A, A-로 낮추고 있으며, 만약 국가의 투명성이 높아져서 AA, AAA에 이르면 400억 달러 이상의 투자가 이뤄질거라 판단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거짓말을 하고, 죄를 지은 정치인들이 제대로 형을 받을 경우가 있었냐고도 반문합니다.

대선에 참여할 뜻을 밝히기 전인 4월에 한경비지니스와의 대담에서 아래와 같은 화두를 던졌습니다.

부패의 온상으로 지목되던 중국이 빠른 시간 안에 이를 고친 것은 주룽지 전 총리가 불의와는 일절 타협하지 않을 정도로 부패를 없애는 데 단호했기 때문입니다. 미국도 경제 사범의 경우는 25년의 실형을 살아야 합니다. 횡령이 아닌 회계 부정만으로도 이렇게 가혹하게 처벌합니다. 미국의 케네스 레이 전 엔론 회장에게 160년형이 내려진 것만 봐도 알 수 있지요. 유럽도 법제화를 통해 사회적 책임 경영을 의무화하고 있습니다.

이에 반해 한국은 이에 대한 사회적 처벌이 너무 관대합니다. 경제인들도 자연히 투명성, 성실성을 추구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문제가 생기면 학연 혈연 지연으로 해결하려고 합니다. 파렴치한 소수 때문에 다수가 희생되지 않기 위해서는 부패에 대해 단호할 필요가 있습니다. 제갈공명의 ‘읍참마속(泣斬馬謖)’ 고사에서 보듯 황제가 사라진 후에도 수십년간 촉나라가 견딘 것은 제갈공명의 법치주의에 대한 실천 의지 때문이었습니다.


또, 며칠전 경남/부산 방문에서 가졌던 인제대 강연에서는

아시아 국가 부패지수를 보면 우리는 중국보다 더 성적이 낮다. 중국은 한국에 대해 육체노동을 늘리고 비정규직을 늘리지 않느냐고 한다. 그런데 중국은 지식인 사회를 추구하고 있다. 이전에는 중국이 우리를 배우겠다고 했는데, 이제는 배우지 않겠다고 한다.

국제적 고립의 대가가 비정규직으로 원가를 낮추는 방향으로 되어 왔다. 부가가치를 높이는 쪽으로 가는 게 한국 경제여야 한다. 심각한 부패가 우리 일자리를 없애고, 가정을 파괴하기까지 한다. 지도층의 부패를 없애지 않으면 청년의 미래는 없다. 지도층이 건설예산을 늘리면서 땅값만 올려놓고 경제사회를 양극화시켜 놓았다. 그런데 왜 이런 것을 그냥 놓아두었느냐. 지도자들이 모두 골프 치는데 바빠서 그랬던 것 아니냐
고 의견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누구나 이야기는 할 수 있지만..
사실 이야기 자체만 놓고보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그럼에도 이런 이야기가 믿음을 주는 이유는 유한킴벌리에서 보여주던 깨끗한 CEO의 이미지 때문입니다. 그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서 자주 이야기하고, 연봉의 일부는 사회에 환원(대부분 연구 단체의 기금으로 지출한다고 합니다)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4년전인 2003년 디지털경영이라는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문국현 예비후보(당시는 유한킴벌리의 대표이사)는 아래와 같은 말을 남겼습니다.
83년 해외에서 발표된 <메가트랜드> 논문 및 미국에서 유행하는 사상을 참고해 87년 말 ‘비전 2001’이라는 합의서를 만들었다. 당시 유한은 엄청난 사내 민주화 운동이 일어 많은 사람들이 해고됐고 3년 동안 치열한 타협 시기를 거쳤다. 새로운 패러다임의 일환으로 95년부터 기밀 판공비를 없애면서 영업이 첫해 타격을 많이 받았다. 또한 정치인들에게 단 100원의 돈도 나간 적이 없고 고정비용도 없었다. 그리고 사내 문서, 사보 등을 통해 2개월에 한 번씩 사회이슈를 놓고 40개 가까운 전 사업장에서 백여 회를 토론을 했다. 그러면서 서서히 토론이 안정화되고 비전과 가치관이 공유됐다. 한 달에 한 번 경영회의 때에는 노조에서 더 이상 질문이 안 나올 때까지 듣고 대답하는 과정을 거쳤다. 또 전직원에게 매월 실적 등 경영정보를 공개했다. 엄청난 부패에서 벗어나는 길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다.

투명함을 숨기는 순간, 비극은 시작된다.

실제로 그는 유한킴벌리에서 기밀판공비를 없애서 많은 사내 논란을 일으켰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관행처럼 만연해 있던 상납금, 기밀 판공비를 없앰으로써 투명 경영에 앞장섰다는 것이 그에 대한 일반적인 평가이고, 이런 깨끗한 이미지는 기존 정치인에게서 볼 수 없는 모습이기도 해서 더욱 와닿기도 합니다.


너무 맑은 물에는 고기가 살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안한 면이 없지는 않습니다. 그의 철학, 그의 인생, 그의 삶이 깨끗하고 투명함에 대해서 반증을 하고 있긴 한데요. 그를 반대하는 사람이라도 대부분은 이런 '깨끗함'에는 별다른 이견이 없어보입니다. 문제는 과연 자신의 철학을 국가 경영에 녹아낼 수 있느냐 하는 문제겠죠.

이는 단순히 철학이 아니라, 문제를 풀어나가는 방법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사실 노무현 대통령도 집권 초기에 많은 비리와 관행들을 철폐하고자 했지만, 번번히 그 목표를 이루지 못했던 것은 우리의 기억에 남아있습니다. 비리를 저지르고 있는 기득권의 규모와 힘을 단순히 철학만으로 깰 수는 분명 없을테니 말이죠.

문후보는 공약에서 이 부분에 대해서
현재 40위권에 머물러 있는 부패지수는 10위권으로 올리겠다
고 밝히고 있습니다. 세부적 내용에서는 "투명한 신뢰사회 구축을 위한 전략방향은 금융거래 및 하도급 거래가 투명하게 되도록 하겠습니다. 엄격한 법치주의를 구현하겠습니다. 따라서 사회적 지위가 높을수록 엄하게 다스리겠습니다. 정부 투명성을 높이겠습니다.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겠습니다."라고 하는데요.


얼마전 제 블로그에서 문국현 예비후보에게 질문을 할 수 있도록 댓글을 받았는데, 그중에 "대선에서 전개되는 '친 이명박'계 언론과 심지어 '친 이명박'이라며 꼬랑지를 살랑 살랑 내리고 있는 검찰 및 권력기관을 어떻게 대적해 나갈 것인가? 선거기간중에 혹시 아시는가 문후보의 사돈의 팔촌의 20촌중에 분명 경범죄 이상의 전과자가 있다면 대서특필 될터인데, 어떻게 대처하시겠는가?"라는 질문이 있었습니다.

물론 흔히 하는 말처럼 '털어서 먼지 안나는 사람은 없다'고 합니다. 그 먼지가 몇 년씩 쌓여 있는 사람도 있고, 도저히 무시할 수 없는 커다른 먼지와 작은 먼지 한톨의 차이는 존재의 차이에 대한 인식도 있어야겠습니다만..

기본적으로 저 역시 매일 일어나는 저 부패와 관련된 기사들속에서 전반적으로 "한국사회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것만이 밝은 우리의 미래를 보장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져봅니다. 사실 "깨끗함" "투명함"은 대통령 선거뿐 아니라, 모든 조직의 대표 자리에서 첫번째로 꼽혀야하는 덕목임에도 불구하고, 그런 경험이 많지 않아.. 우리속에서 그 덕목이 별로 중요함을 잃어버린 듯 해서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