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TV를 통해 세상을 보고, 뉴스 기사를 통해서 세상을 보고, 인터넷에서 세상을 봅니다. 대한민국의 어느 한 곳 땅에서 일어난 비극을 우리는 TV의 화면 넘어로 묵묵히 지켜보고, 채널을 돌립니다. 끔찍한 비극은 안타깝지만, 또 그뿐이고... 몇분이 지나면 이내 또 다른 TV에서 보여주는 웃음을 마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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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조선의 기름이 해수욕장을 뒤덮은 충남 태안의 만리포해수욕장에 다녀왔습니다. 뉴스에서 스쳐 지나칠 때에는 별다른 느낌이 없었는데, 막상 현장을 눈을 보고 나니.. 정말 말이 나오지 않더군요. 바다의 드리운 죽음의 그림자는 도저히 믿기 힘들 지경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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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사장을 뒤덮은 기름. 문제는 기름을 제거할 마땅한 방법이 없다는 겁니다. 현재 상황을 개선할만한 어떤 기대나 가능성이 없다는 것. 그게 절망의 시작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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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 제 상황에서 오늘 만리포를 가게 된 것은 순전히 '문국현 후보'의 방문 때문이였습니다. 그는 유한킴벌리에서 CEO로 있었고, 몰랐는데 유한킴벌리는 기름을 빨아들이기 위해서 사용하는 흡착포를 제작하기도 한답니다. 아무튼 대선후보들은 국가의 재앙이 되어버린 그곳을 차례로 방문했습니다. 인사를 위해서라면 어쩌면 그는 한 발 늦었는지도 모르는데요... 한편으로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 등의 숲운동을 포함한 환경운동에 공헌한 노력을 생각하면 글쎄요. 달리기 시합하는건 분명 아니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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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운동에 힘썼던 과거의 경력이 현재의 시점에서 그에게 어떤 장점을 가져다 주는지는 명확하지 않습니다. 국민은 환경을 생각하는 경제보다는, 경제를 위한 환경의 희생을 어느정도 인정하는 분위기인 것도 같은데요. 안타깝긴 하지만... 어쨌든 그런 분위기가 있다는 현실은 부정할 수 없는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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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모래사장을 완전히 뒤덮은 기름을 거둬내다, 한동안 바다를 쳐다봤습니다.

바닷물이 저만큼 밀려가 있었지만, 그곳까지 기름은 이어지고 있었고...

바다 위에도 기름띠는 선명한 검은색으로 공포감마저 들었습니다.

오늘은 이만큼 기름을 거둬내겠지만, 또 바닷물이 백사장을 덮으면 해수욕장은 다시 검게 변하겠지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을 맞이한 곳에서,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은 거기까지인 듯 했습니다.

그는 바다를 응시했고, 저도 사진을 찍고 바다를 응시했습니다. 예전에 부산에 있을때 갯벌체험을 가고 싶어서 계획을 짠 적이 있었습니다. 서해안은 갯벌로 유명했고, 부산에서 가긴 너무 먼 곳이였죠. 서울에 가면 한번 가야지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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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대책을 마련하고 애쓰는 사람들은...일단은 사람이 부족하고, 장비는 더 부족하다고 했습니다. 흔히 굴러다니는 양동이도 제대로 보급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정부는 그곳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겠다고 하니.. 이제 보급은 좀 나아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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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대책도 문제지만, 문국현 후보는 절망의 땅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는 기업들을 향해 "이런 국가적인 환경재앙을 예방하는 데 재벌기업들이 무감각하다. 지난 10년간 기름유출 사건이 3000여건 있었던 걸로 알고 있다. 95년 씨프린스 호 사건 이후로 선체 설계 시 탱크를 이중구조로 하기로 했었는데 이 사건을 보면 그렇지 못한 것 같다"며, "기업이 다 이익에만 눈이 멀고 책임은 제대로 지지 않아 이런 것 아니냐?"는 말을 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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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말을 들으니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절망의 끝에선 사람들은 정부의 늦은 대응을 탓합니다. 물론 그건 잘못된거 맞습니다. 그런데 다른 한편으로 이런 문제를 만든 사람들... 그 사람들은 왜 책임에서 한 발 비껴서 있는걸까요? 수천억원의 피해와 보험에 대한 이야기가 흘러나왔습니다. 피해 입은 주민들에 대한 보상도 이야기 합니다. 네. 모두 모두 중요합니다. 그런데 자연이 입은 피해는 어떻게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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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국현 후보는 만리포 해수욕장을 벗어나, 근처에 있는 천리포 수목원에 들렀습니다. 천리포수목원은 관광지로 소개되는 수목원과는 조금 다른 곳입니다. 이곳은 교육 및 연구목적에 한하여 개방하며, 일반인은 연회비를 내고 회원제로 가입하지 않으면 방문할 수 없는 곳인데요. 여느 관광지가 아니라, 수목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만으로 운영되기 때문입니다. 문국현 후보는 환경운동을 하며, 이 수목원의 이사로 있기도 했습니다. 그런탓에 예전에 몇몇 인터뷰에서 이 수목원을 자랑을 늘어놨던 기억도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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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소중한 천리포 수목원과 연결된 바다에도 이미 기름띠는 이어져있었습니다. 문국현 후보의 걱정대로... 만리포 해수욕장의 경우는 그나마 사람들이 피해를 복구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외진 이곳은 아무런 대책도 없어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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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는 발걸음은 무거웠습니다. 이런 절망적인 상황에서 뚜렷한 해결책이 없다는 사실에, 그럼에도 묵묵히 아주 조금이라도 나은 상황을 만들기 위해서 애쓰는 사람들이 안타까워 보였습니다. 몇시간 머물렀는데 기름 냄새는 온몸에 배여있었고, 머리가 아파오기 시작했습니다.
 
절망의 땅에 다시 희망이 찾아오기를.... 우리 모두의 관심이 필요한 곳이 세상에 너무 많군요. 요즘 정말 많은 것을 배우고 있습니다. 끝으로 문국현 후보의 말을 전합니다. "환경이 생명이고 환경이 경쟁력인데, 환경과 원가를 바꾸려고 하고, 온 국민의 생명과 생태, 이 곳의 어촌민들을 희생시키려는 재벌들의 의식을 이번에 고쳐달라"...
 
부디 다시 이런 사건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은 모두 같겠죠.?
인간들이 자연에게 몹쓸짓을 너무 많이 하는군요.

(덧) 위에 사람들이 서있는 기름 아래에는 그냥 며칠전까지 평범한 모래의 백사장이 있었습니다. 정상적인 그 백사장의 모습은 [여기]서 잠깐 볼 수 있습니다.

이 글은 [기름이 뒤덮은 만리포에서 천리포까지..]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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